* UX의 ZEN이라는 이름으로 올리는 포스트는, UX의 절대적인 답이라기보다는, 그동안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이야. 즉,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만, 나로서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내용이지. 이 시리즈를 볼 때는 이런 관점으로 이해해 주길 바라.
이전 포스팅 (링크1, 링크2, 링크3)에서 탭의 4가지 속성 중 세 가지를 두서 없이 적었어. 사실 내용이 다 섞여있고, 나름 오랫동안 찌들은 불평이다보니 주제도 안맞고 난감하기는 해. 그래도 개인 블로그니까^^ 그냥 쭉쭉 진행하려고.
① 탭 간의 연결성
② 영역의 제한성 (지배적 성질)
③ 탭의 지시성 (앵커와 기능이 겹침)
④ 탭 간의 배타성
탭 간의 배타성에 대해서 쓰려 했는데, 마침 친정(?) 회사에서 스타벅스 국내 앱을 런칭했음을 알게 됐어. 그리고... 공교롭게도 '탭의 배타성'에 대한 반면교사로 적절해서 간단히 인용할까 해. 탭의 오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. ㅠㅠ;
미국 앱을 먼저 보자. (파란색)
이름은 Order지만, 사실은 Menu가 유일한 기능이고, 다른 탭은 메뉴를 보완하는 장치야. 오늘 주제인 '탭 간의 배타성'을 제대로 어기는 앱이지. 메뉴 외의 다른 탭은 메뉴와 중복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어. 그 중에 previous는 구매할 수 없는 죽은 공간이고, Favorite는 유저의 손길 없이는 그냥 빈 장소야. Featured는 그나마 의미가 있지만, 홈 등 '더 많이 노출되는 곳'에 갖다 두는 게 효율적일 거야. 마케팅과 컨슈밍을 다르게 몰아가는 게 더 세련된 방향이니까.
분류를 해야 하는 탭이 중첩 기능으로 소진되다 보니, 리스트 영역이 분류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. 각 분류의 의미를 이해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지만, 'See all 196'을 눌러서 탐색하는 것도 헬이지.
그런데 한국 앱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헬로 들어가고 있어. (빨간색)
미국 앱에서의 탭은 (분류가 아닌) 관리 기능만을 순수하게 수행한다지만, 한국의 탭은 관리와 분류 기능이 섞여 있어. 이중 탭도 등장해. 특히 저 'New', '추천' 항목은 정말 끔찍해. 아이템의 속성을 단계별로 쪼개면서 분류해도 성가신 구조인데, 여기에 "New", "추천"같은 중복 분류를 넣는 게 무슨 의미일까? 이게 한국적인 형태라고 생각한 걸까?
한국이든 미국이든, 최상단 탭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해.
리스트에 트리 구조를 꾸깃꾸깃 집어넣을 거면, 상단 탭을 Drinks / Food / At Home Coffee로 하는 게 맞을 거 같지 않아? '홀케이크 예약'은 대체 왜 저기 있는 거야?
Featured, Favorite가 꼭 이 페이지에 있어야만 해? 다른 곳에 두면 큰일나는 거야? 아이템이 400개 이상이어서 정리가 어렵다면, 애초에 Order 페이지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냐? 가뜩이나 복잡한데, 여기에 꼭 탭을 두어야 해?
잠깐 생각해 본 대안이 오른쪽 두 장이야. 윗부분만 급하게 만졌어.
위에 featured 혹은 favorite를 다른 형태로 구성하는 것 (회색). 혹은 리스트 항목 안에 페이버릿 버튼을 두는 것. 검색은 인풋필드 형태로 강조하고. (노란색) * 모르는 내막이 있을까봐 order 밖으로 몰아내는 버전은 생략했어. 이 플젝을 내가 맡았다면 Order를 다시 정의했을 거야. 그리고 order와 pay 페이지를 유기적으로 엮었겠지. 이걸 재구성하는 게 난이도가 높다고? 천만에!
작업한 전-동료들에겐 미안하지만, 전개된 결과물로만 유추해 보면 '전형적인 기획의 기만'이라는 확신이 들어. 이게 탭의 위험성이야. 생각없이 대충 정리하기에 너무 좋은 도구라서, 이런 형상을 만들어도 얼레벌레 돌아가니까 문제인 거야. *심지어 '추천'은 홈 화면에도 리스트가 있어. 게다가 각 메뉴 텍스트 옆에 있는 녹색 점은 new를 상징하는 거더라구. 이 정도면 관리 개념도, 유저 설정도 없었지 싶어. 다나와에 쓰면 딱 맞을 리스트야. 좀 더 비아냥거리자면... 가격 비교도 넣지 그랬어^^
(십분 양보해서) 유저 입장에선 정리되지 않은 hierarchy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.
New로 들어가서 고르던, 추천으로 들어가서 고르던, 리저브 드립으로 들어가서 고르던 간에... 똑같은 메뉴를 고를지언정, 유저 입장에서는 한 경로만 타고 들어간 거니까 문제는 없는 거잖아. 그치? 슈뢰딩거의 고양이? 어쨌든 탐색은 일회적이고, 어차피 유저는 하나의 경로만 경험하니까. 좋아. 근데 그럴 거면, 상단에 탭은 왜 탭이고, 리스트의 '추천'은 왜 탭이 아닌 거지? 다 풀어놓으면 되는 거 아냐? ^^
하필이면 친정 회사의 작업물이 "탭의 좋지 않은 사례로 찰떡"이라니, 좀 많이 씁쓸하네. 여전히 애정이 많은데 말이지. ㅠㅠ
물론, 이 플젝을 한 게 누군지도 대충 알고, 다들 애정을 가진 전 동료이긴 해서 쓴소리를 하기는 싫어. 클라이언트의 비합리적인 요청을 받다 보니 자체적인 개선의 니즈 없이 수동적으로 일을 했을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고 봐. 하지만 이건... 좀 너무하잖아!
명색이 탭에 대한 4부작인데, 마지막 포스팅이 그라데이션 분노라서 민망하네. 하지만, 내용을 보면, 왜 '탭이 서로 배타적이어야 하는지'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.
유저가 여러 군데에서 동일한 내용을 만나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어. 하지만, 구성이 논리적이지 않거나 위계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중복이라면, 이건 변명의 여지없이 잘못 그린 구조야. 대부분의 모바일은 유저와의 접점이든, 뎁스든 - 가용할 수 있는 페이지 수가 제한적이야. 컨텐츠의 양을 제어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,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최적의 루트를 찾아야 해. (그게 funnel 설계의 8할은 된다고 봐) 최적의 루트를 짜면, 중복되는 경로는 최소화 되겠지.
* 게임 좋아하는 UX 디자이너들 중에서는, 게임처럼 '자율도'가 높은 앱이 좋은 거라고 우기는 친구들이 있어. 유저 각자가 원하는대로 쓸 수 있어야 좋다는 거지. 앱스토어 리뷰를 통해 요청하는 모든 기능을 다 넣겠다는 부류. UX 디자이너라면 그런 기능을 요청하게 만든 위크포인트가 어디인지를 점검해야 하지, 그 기능을 더 넣는 건 답이 아니야. 최후의 수단이야.
4부에 걸쳐 계속 얘기하는 거지만, 탭은 단순한 분류 도구이고, 원초적인 형태의 탐색일 뿐이야. 연속적인 버튼의 집합일 뿐이고. 쉽게 문제를 무마할 수 있다고 해서 남용하지 않았으면 좋겠고, 또 위와 같은 와이어프레임을 그냥 그래픽화 하는 디자이너들도 정신 차리길 바라.
탭에 관한 4부작. 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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